산위의 얼굴들
사라져가는 전통의 얼굴들, 고산의 시간 속에 남은 조용한 기억

개인전 | 권학봉
산위의 얼굴들
천 미터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의 얼굴을 통해, 사라져가는 전통과 정체성의 흔적을 기록한 사진 작업이다. 산속의 삶은 자본과 문명의 흐름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시간과 문화를 품고 있다. 이 작업은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사라져가는 전통의 얼굴들, 고산의 시간 속에 남은 조용한 기억
천 미터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의 얼굴을 통해, 사라져가는 전통과 정체성의 흔적을 기록한 사진 작업이다. 산속의 삶은 자본과 문명의 흐름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시간과 문화를 품고 있다. 이 작업은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동남아시아 고산지대에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소수민족이 살아가고 있다.
일부는 수백 년 이상 그곳에 뿌리내려왔고, 또 다른 이들은 전쟁과 혁명을 피해 중국, 미얀마, 라오스 등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정치적 경계선에 의해 나뉘고, 역사적 굴곡 속에 희생되었지만, 여전히 이름 없는 언덕과 천 미터 산 중턱에서 자신들만의 언어와 의복, 농경 방식, 믿음을 지키며 살아간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그들의 얼굴을 기록하고 싶었다.
전통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무너진다.
그 속도가 너무 느려서, 우리는 사라지는 줄도 모른 채 돌아서고, 어느 순간 되돌아보면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다.
그 상실의 감각을 나는 이미 내 문화 안에서도 충분히 겪어왔다. 그래서 그들의 전통을 마주할 때마다, 낯섦보다 먼저 슬픔이 찾아왔다.
산 위의 삶은 단순하고 불편하며, 때로는 너무 조용하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 수백 년 이어진 삶의 내력이 있다.
그것은 표면적인 ‘이국적 풍경’이 아니라, 한 공동체가 세상을 이해하고 견뎌온 방식이다.
나는 그들의 일상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그들이 보여주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자 했다.
때론 의식적 연출보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 더 깊이 말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 사진들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띠고 있지만, 단순한 기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작업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도이자, 우리가 잊고 있던 내면의 감각을 되찾으려는 시도다.
내가 이 작업을 언제 끝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작업은 내가 계속 걸어가야 할 이유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가을, 권학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