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nial scenery

우리가 사랑하는 자연은 진짜가 아니다.
그것은 플라스틱처럼 조용히 포장된 환상이다

개인전 | 권학봉

Denial scenery

이 작업은 인간이 스스로 만든 환경을 ‘자연’이라 믿고 살아가는 현실 부정의 본능을 시각적으로 탐구한 사진 연작이다. 플라스틱 필름에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을 중첩하고, 인공적인 색과 질감으로 다시 구성된 이미지들은 우리가 진실로 마주하기를 거부한 도시적 현실의 자화상이다. 이 전시는 현실을 바라보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가 애써 외면한 ‘진짜 풍경’에 대한 질문이다.

  • 기간: 2020년 12월 12일 ~ 12월 15일
  • 장소: 치앙마이대학교 예술문화센터 (CMU Art and Culture Center, Chiang Mai, Thailand)

나는 이것이 끊임없이 현실을 부정하며 살아온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생물학자 아지트 바키(Ajit Varki)는 『부정 본능』에서, 인간은 죽음이라는 근원적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실을 외면하려는 본능을 지녔다고 말한다. 이 ‘현실 부정’은 인류를 다른 동물들과 구분짓는 진화적 동력이 되었고, 인도의 고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에서는 “우리는 죽을 운명임을 알면서도 불멸의 존재처럼 살아간다”고 말한다. 이는 문화를 풍요롭게 만든 원동력이자, 동시에 현실을 왜곡해온 근본적인 힘이기도 하다.

어니스트 베커는 『죽음의 부정』에서 인간이 지닌 죽음의 자각과 자기 보존 본능이 결합할 때, 강력한 공포와 회피 욕구가 생겨난다고 지적한다. 그는 “문화적 세계관의 주요 기능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관리하는 것”이며, “우리가 의미 있는 우주에 기여한다는 믿음에서 자기 존중이 나온다”고 말한다. 나는 이러한 현실 부정의 본능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환경과 그 대척점에 놓인 ‘자연’이라는 이미지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동경하는 자연은 대개 현실의 자연이 아니다. 그것은 깔끔하게 정제되고 포장된 이미지다. 실제 자연은 인간에게 적대적이고 거칠며, 위협적이다. 초록색으로 우거진 식물은 수백만 년을 공생해온 기생충과 곰팡이, 해충과 병균으로 가득했고, 원목 가구라 불리는 것조차도 고온의 증기와 독한 화학약품으로 방부 처리되며, 피부에 닿는 모든 면은 플라스틱으로 덮여 있다. 우리는 폴리우레탄의 촉감을 ‘자연’이라 착각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자연은 결국 인간의 안전 욕망이 만든 인공의 환영이다. 철, 유리, 플라스틱, 콘크리트는 삭막하고 차갑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가장 널리 사용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물질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삶의 거의 모든 환경은 이 네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그런 물질들에 둘러싸인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좋아한 결과에 스스로 포위된 것이다.

이 전시에서 나는 현실을 부정하는 인간의 인식 구조를 시각적으로 탐구하고자 했다. 플라스틱 필름을 이용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의 이미지를 겹쳐 붙이고 잘라낸 뒤, 이를 다시 촬영하여 하나의 원판 필름으로 만들었다. 현실과 단절된 이미지의 단편들을 조합함으로써, 오히려 현실에 대한 감각을 다시 환기하고자 했다. 나는 원본의 색을 제거하고,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과 플라스틱의 매끈한 표면처럼 인공적인 색과 질감을 새롭게 부여했다.

결국 나는 이 작업을 통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환경, 그리고 우리가 ‘자연’이라 부르며 동경하는 이미지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묻고 싶었다. 그 결과가 초라하고 볼품없을지라도,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내면이 진정으로 마주하고 싶은 ‘진짜’ 현실의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

2020년 겨울, 람빵에서
권학봉 씀

이 프로젝트에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