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깃발 아래 모이고, 신전 앞에 무릎 꿇고, 새장 안에서 자유를 말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개인전 | 권학봉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이 작업은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세 가지 핵심 감정, ‘소속’, ‘숭배’, ‘자유’에 대한 욕망과 그 이면을 시각적으로 탐구한다. 사진은 깃발을 따라가는 군중, 로고로 세워진 현대의 신전, 그리고 새장 속의 자유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 만들고 갇힌 심리적 구조를 드러낸다. 현대 사회 속 인간의 감정, 욕망, 불안에 대한 깊은 질문이 담긴 이번 전시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따르고 있는지를 다시 묻는다.

  • 기간: 2023년 4월 12일 ~ 4월 23일
  • 초청행사: 2023년 4월 15일(토) 오후 5시
  • 장소: 갤러리경북, 서울

나는 인간에 대해 무척 궁금하다. 아마도 여러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 연결되고, 더 나은 관계를 유지하려 하며, 동시에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나의 경험과 관찰,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과 욕구를 담아보고자 하였다. 인간의 본성은 지금까지 역사를 이끌어온 동력이자,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작업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를 사진으로 표현하였다.

<깃발>은 리더를 따라 움직이는 인간의 정치적 성향을 표현한 작업이다. 깃발은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과 가치를 상징하며, 그 아래 걷는 사람들은 소속감과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이 작품은 리더를 따르며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는 인간의 본성을 상징한다. 깃발 속 사람들은 개성과 책임감을 상실하며, 그들의 행동은 규율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변화한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리더의 선택에 따른 집단적 결정이며, 감정에 의해 좌우된다. 사람은 특히 불안, 공포, 혼란과 같은 감정 상태에 놓일 때 강한 감정에 쉽게 휘둘리고, 맹목적으로 리더를 따르게 된다. 이러한 감정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전달되며, 일부 사람들은 그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맹목적으로 리더를 따르는 사람들은 대중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이며, 그 집단 안에서 혼란 상태에 빠져 더욱 쉽게 리더의 영향력에 노출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나는 리더에게 검은 깃발과 검은 옷, 눈가리개를 씌워 앞장서게 하였고, 사람들은 흰 옷을 입고 아무것도 없는 벌판을 맹목적으로 따라 걷도록 연출하였다.

<숭배>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들의 로고를 한자리에 모아, 과거의 신전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구성하였다. 강력한 자본과 기술력을 지닌 이 기업들은 과거 신전의 신들처럼 수많은 지지자들을 거느린다.
우리는 매일 기술이 발전하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느끼지만, 인간의 본성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우리는 부모나 가족, 교육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감을 얻는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그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며, 그에 따라 불확실성과 불안이 커진다. 우리는 존재의식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강한 힘을 찾고, 그 힘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보호감을 주며 곧 우상이 된다.
또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가진 강한 힘에 끌리기도 한다. 타인의 인정과 존중을 받고자 하는 본능이 우리를 그 힘에 더욱 집착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강한 힘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는 인간의 자유와 개성을 위협하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약화시킨다. 나는 우리가 이러한 숭배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는 새장 속에 갇힌 새를 통해 표현하였다. 배경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운 자연은 새가 갇힌 환경으로 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 포식자로부터 보호받는 공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작업은 인간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안, 고통, 무력감 등으로부터 도피하려는 경향을 상징한다. 이러한 도피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가짜 자유’를 추구하며 진정한 자유를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 권력, 지위 등 외적 가치를 좇는 과정에서 우리는 사고와 행동의 자유를 제한받으며, 결국 보이지 않는 새장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이러한 ‘가짜 자유’를 넘어서기 위해 인간은 자신의 내면적 본성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유로운 인간을 “자기 내면을 탐구하고, 스스로의 가치관을 발견하며, 그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립적인 사고, 창의적 능력, 자기 책임, 그리고 스스로의 삶을 이끌어 나가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새장 속 새를 보며 느끼는 연민은,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지난 1년간 준비한 작업을 관람객 여러분께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 작가로서 이 작업이 충분한 만족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느낀 질문과 감사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부족한 작업일지라도, 이 사진들이 삶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영감을 전하고, 더 많은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에 함께해 준 관람객 여러분, 그리고 함께 노력해 준 동료 작가와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23년 봄, 람빵에서 권학봉 씀

파인아트 부문 (추상) Honorable Mention, WORSHIP

이 프로젝트에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