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로힝야 난민의 이야기, 권학봉의 사진 보고서

방글라데시 국경지대 로힝야 난민 캠프를 직접 취재하며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 보고서. 작가는 단순한 보도사진이 아닌 ‘해석된 현실’로서의 사진을 통해 로힝야의 삶과 목소리를 조명한다. 현지 인터뷰와 조명을 활용한 인물 촬영, 제작 과정까지 공개된 실질적인 다큐멘터리 작업 사례로, 사진가의 시선으로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하는 기록이자 질문이다.

  • 출간일: 2019년 4월 17일
  • 페이지: 248쪽
  • 판형: 212 × 220 mm
  • ISBN: 9788960305236
  • 출판사: 황금부엉이

《로힝야 난민의 이야기, 권학봉의 사진 보고서》 저자 후기

로힝야 난민 문제를 본격적으로 기록해보고자 결심했을 때, 나는 단순히 눈앞에 펼쳐진 비극적인 장면들을 담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수많은 언론 보도가 사건의 개요를 다루고 있었지만, 그 너머의 ‘사람’들은 늘 가려져 있었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이들이 진짜 누구인지,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겪었고, 지금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였다. 그렇게 이 사진 보고서는 시작되었다.

취재와 촬영은 방글라데시 국경지대의 로힝야 난민 캠프에서 이루어졌다. 캠프 정착 1년이 되는 시점을 중심으로, 나는 현장에서 2주간 머물며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고, 같은 더위와 먼지, 불편함을 겪으며 기록을 이어갔다. 많은 이들이 나에게 가족의 고향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들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가 태어난 마을의 이름을 생생히 기억했고, 자신들의 정체성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뚜렷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난민이 아니라, 고향을 강제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증언이었다.

현장에서 나는 질문을 던지고, 들으며, 찍었다. 사진은 때때로 증거이고, 때로는 해석이다. 나는 가능한 한 이들의 표정과 말, 손짓과 몸짓 속에 담긴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번역하고자 했다. 조명을 이용해 촬영한 인물 사진은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연출 방식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이야말로 ‘허구를 통해 진실을 강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의 얼굴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은 존재로서의 존엄을 담고 있어야 했다.

이 책은 내가 다녀온 현장에 대한 사진 기록이자,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달하는 보고서이며, 동시에 사진이라는 매체가 사회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다. 사진은 때때로 침묵을 깨뜨리는 힘을 갖는다. 그리고 이 사진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멈추게 하고, 질문하게 하고, 관심을 가지게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로힝야 난민의 이야기》는 나에게도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사진가로서 내가 왜 촬영하는지를 다시 묻게 만들었고, 이미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는 로힝야 문제를 처음 알게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새로운 방향을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목적은 그 시작점이 되는 것이며, 이 사진들이 누군가에게 단 한 번이라도 멈춰 설 이유가 된다면, 이 작업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믿는다.

이 책에 담긴 건 참혹함이 아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너무도 당연한 한 사람들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