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야오 사진
비엔날레 2025
나는 이번 비엔날레에 ‘Denial Scenery’으로 참여했다. 인간이 죽음의 공포를 관리하기 위해 현실을 외면해 온 본능—아지트 바키와 어니스트 베커가 말한 ‘부정’—이 오늘의 도시/자연 이미지에 어떻게 스며 있는지 묻는 작업이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의 사진을 플라스틱 필름 위에 겹치고 잘라 재촬영하며, 원본의 색을 지우고 콘크리트·플라스틱의 인공 질감을 덧입혀 우리가 동경하는 ‘자연’이 얼마나 인공적 환영인지를 드러냈다. 전시장은 도시의 표면과 우리의 심리적 방어기제가 만나는 지점이었다.
《파야오 사진 비엔날레 2025》
파야오 사진 비엔날레 2025 초청으로 파야오를 방문해 오프닝 행사와 전시 투어를 함께했다. 호수를 중심으로 도시가 펼쳐진 파야오는 북부 태국의 전통을 고스란히 품은 곳이었다. 아침마다 호수 위로 피어오르는 안개, 사원에서 울리는 종소리, 시장의 분주한 기척이 한 화면처럼 겹쳐지며 도시의 호흡을 만들어냈다. 비엔날레의 주요 동선이 호수 둘레의 여러 지점에 흩어져 있어, 전시를 본다는 것은 곧 도시를 걷고, 시간을 통과하는 경험이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전통 시장 2층에 마련된 전시장이었다. 현지인의 생활과 맞닿아 있어 작품 앞에서 멈춰 선 이들의 표정이 유난히 생생했다. 공간은 소박했지만 채광과 동선이 쾌적했고, 무엇보다 ‘예술을 생활과 같은 층위에서 만나려는’ 파야오 시민의 의지가 공간 곳곳에 배어 있었다. 구 극장, 카페, 공공 파빌리온 등 다양한 장소들이 각기 다른 시간성을 품고 전시에 참여하면서, ‘도시 자체가 하나의 큰 사진’처럼 느껴졌다.
태국 작가들의 작업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과감한 형식 실험과 서사적 깊이가 동시에 존재했고, 사회적 맥락을 다루면서도 시각 언어로 밀고 들어가는 힘이 있었다. 필름과 아카이브, 영상과 오브제를 넘나드는 시도가 눈에 띄었고, ‘전통—현재—미래’라는 축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조립해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전시장은 기술과 감정, 기억과 장소가 서로를 비추는 입체적인 장으로 확장되었다.
나는 〈Denial Scenery〉로 참여했다. 인간이 죽음의 공포를 관리하기 위해 현실을 외면해 온 ‘부정의 본능’이 오늘 우리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자연’의 이미지와 도시 환경 속에 어떻게 스며 있는지를 묻는 작업이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채집한 이미지를 플라스틱 필름 위에 겹치고 잘라 재촬영했으며, 원본의 색을 제거하고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과 합성수지의 매끈함을 덧입혔다. 그 과정을 통해 ‘안전하게 포장된 자연’이 사실은 우리가 선택하고 선호해 온 인공물의 총합일 수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다.
오프닝 당일, 많은 관객들이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도시의 재료와 심리적 방어기제가 만나는 지점에 대해 질문이 이어졌고, “낯선 재질감이 오히려 현실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는 피드백이 기억에 남는다. 전시 투어를 함께한 동료 작가들과의 대화도 깊었다. 각자의 언어로 같은 도시를 바라보는 일—그 겹침과 간극이 파야오라는 장소 안에서 자연스럽게 증폭되었다.
짧은 체류였지만, 파야오는 전시와 도시, 일상과 예술이 층위를 나누지 않고 공존하는 방식이 얼마나 단단한 경험을 만드는지 보여주었다. 비엔날레가 지역의 삶과 예술 생태계를 동시에 견인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고, 그 안에서 내 작업도 작은 한 장면이 되었다는 데 의미를 둔다.